최근 금융권 유관기관의 수장 자리에 KB 금융그룹 출신 인사들이 연이어 낙점되면서 업계 안팎에서 주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신임 이사장에 김기환 전 KB 손해보험 대표가, 이어 여신금융협회장 자리에는 이동철 전 KB 금융지주 부회장이 각각 단독 후보로 추천된 것이다.
불과 며칠 차이를 두고 두 주요 협회의 리더십이 한 그룹 출신으로 수렴되는 이례적인 상황에 금융권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지난달 말 이사장추천위원회를 열고 김기환 전 KB 손해보험 대표를 차기 이사장 단독 후보로 확정했다. 1963년생인 김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후 KB 국민은행에 입행해 재무총괄 부사장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로 통한다.
2021년부터 3 년간 KB 손해보험 대표를 맡으며 대형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로서의 경험을 쌓았고, 화재보험과 위험관리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인정받아 이번 자리에 추천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6 월 4 일에는 제 14 대 여신금융협회장 단독 후보로 이동철 전 KB 금융지주 부회장이 추천됐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KB 생명보험 부사장, KB 금융지주 전략총괄 부사장, KB 국민카드 대표이사를 거친 이 후보자는 1961 년생으로, 이번 인사는 10 년 만에 민간 출신 수장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0 년 협회장이 상근직으로 전환된 이후 김덕수 전 KB 국민카드 대표에 이어 두 번째 민간 출신이라는 점도 업계의 관심을 끈다.
금융 업계는 과거 관료 출신들이 독식하던 자리에 민간 금융사 출신들이 진출하는 흐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과 현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사들이 협회를 이끌게 되면 업계의 목소리를 당국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카드사 신사업 진출과 규제 완화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여신금융협회장의 중책을 맡게 된 이동철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특정 금융그룹 출신들이 주요 협회장 자리를 나란히 차지하는 모양새를 두고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이사회 독립성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금융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요즘, 특정 금융지주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업계 전반의 이익 대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출신을 떠나 공정한 조율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환 내정자와 이동철 후보자가 정식으로 취임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두 인사가 각자의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내며 금융권 거버넌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향후 협회 운영 방향이 어떻게 잡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