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 수술실과 환복실에서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이 해외 불법 사이트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은 산부인과, 성형외과, 한의원, 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 과목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지난 9월 29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으로부터 ‘의료기관 CCTV 영상 해킹 및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접수했다. 이후 해당 사건은 충북경찰청으로 배당되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허 의원실 조사 결과, 해외 음란물 사이트에서 한국 의료기관 내 진료 및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담긴 영상 총 80건이 유포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서울 소재 한 산부인과와 관련된 영상만 2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특정 병원의 보안 시스템이 뚫렸거나 내부 정보가 대량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출된 영상 중 상당수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IP 카메라는 기존 CCTV와 달리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할 수 있어 보안 취약점이 지적되어 왔다.

경찰은 이미 지난해 최초로 영상을 해킹해 불법 사이트에 유포하고 판매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4명을 검거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관련 영상을 포함해 다수의 불법 촬영물이 게시된 특정 사이트에 대해 접속 차단 요청과 함께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최초 유포자들이 검거된 이후에도 영상들이 다른 사이트를 통해 다시 게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영상을 재배포한 게시자들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허종식 의원은 “진료받고 옷을 갈아입는 모습까지 떠돌아다니는데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병원에 가겠느냐”며 국제 공조 등을 통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번 사안은 2023년 9월 개정된 의료법과도 맞닿아 있다. 개정 의료법은 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 수술실 내에 CCTV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했다. 환자 안전과 의료 분쟁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오히려 사생활 침해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재유포 경로 차단을 위해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