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시장의 화두가 단순한 하드웨어 성능에서 인공지능과 결합된 소프트웨어적 지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최근 산업통상부와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피지컬 AI 기반 무인로봇 핵심 국책 개발 과제 2건을 연속으로 수주한 것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기존에 무인로봇을 운용하려면 관리자가 특정 원격 장치를 통해 일일이 정형화된 명령을 입력해야 했다면, 이제는 인간의 자연어 명령만으로 이종·다중 로봇을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산업부 과제의 핵심은 서로 다른 형태의 무인 플랫폼을 인간의 언어와 문자로 동시다발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관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있다. 이는 최소한의 운용 인력으로 복잡한 전장 환경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적 혁신이다. 현대로템은 주력 무인 플랫폼인 다목적무인차량 HR-셰르파와 다족보행로봇에 이 통합 관제 기술을 내재화하여 군집 단위 운용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AI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신속한 상용화를 장려하는 지원 사업의 성격상, 실험실 단계가 아닌 실제 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기술 성숙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 이번 수주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국방과학연구소 발주 과제 역시 무인로봇의 발전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실제와 유사한 가상 환경에서 로봇의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터와 모듈형 로봇 플랫폼 개발이 그 내용이다. 시뮬레이터가 갖춰지면 실제 투입 전 다양한 환경과 임무 조건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반복 검증할 수 있어 개발 효율성과 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중앙 서버와 단절된 상태에서도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는 엣지 AI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라, 통신 두절 상황에서도 자율성을 유지하는 고도화된 무인 시스템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기술적 도약은 현대로템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민수 부문 피지컬 AI 기술 기조에 발맞춰 방산 분야에서도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달 미국 방산 기술기업 안두릴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 국책 과제 수주까지 이어지며, K-방산이 단순한 수출을 넘어 기술적 주권을 확보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향후 무인 플랫폼 라인업이 방산과 민수의 경계를 허물며 확장될 것이며,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술 고도화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제 우리는 무인로봇이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협업하는 지능형 파트너로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