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소프트웨어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부품사들의 역할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글로벌 최대 비영리 오픈소스 개발 단체인 이클립스 파운데이션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 워킹그룹에 가입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독점적으로 설계하고 부품사들은 하드웨어 공급에 그쳤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표준을 누가 먼저 정립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자체 개발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고 오픈소스 방식을 도입한 배경에는 이러한 산업 구조의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번 참여의 구체적 내용은 이클립스 산하의 에스코어 프로젝트에 참여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에스코어는 기능 안전 표준을 갖춘 최초의 오픈소스 기반 소프트웨어 표준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로, 2024 년 말 유럽 기업을 중심으로 출범해 현재 13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이 프로젝트에서 공개할 핵심 기술은 리눅스 운영체제 위에서 소프트웨어 간 간섭을 최소화하는 컨테이너 솔루션이다. 이 기술은 차량 내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격리하는 역할을 하며, 기존 기술 대비 실행 속도를 10 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외부 침입으로 인한 소프트웨어 변질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어 안정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향후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자체 기술을 표준으로 끌어올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이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현대모비스의 기술이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기를 노리는 것이다. 이는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공급망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특히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E-Atlas 로봇에 탑재될 액추에이터 개발을 완료 단계에 둔 것과 같은 하드웨어 혁신과 병행하여 소프트웨어 표준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은 현대모비스가 단순 부품사를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현대모비스가 주도하는 이 오픈소스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산업 표준으로 정착하느냐이다. 현재 참여 중인 13 개 기업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현대모비스의 컨테이너 솔루션이 사실대로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입증받아 널리 채택된다면, 향후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경쟁사들이 독자적인 표준을 내세우며 분열된다면 산업 전체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현대모비스의 이번 도박이 성공할지 여부는 향후 2~3 년 내 산업 표준 전쟁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