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고금리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요 경쟁사들이 판매량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4% 줄어든 데 이어 미국 내 판매는 20%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GM과 포드 역시 10% 대의 판매 감소가 예고된 상황이다. 이러한 역성장 국면에서 현대자동차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은 단순한 실적 호조를 넘어 산업 구조의 변화를 읽게 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연결 매출은 약 4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이 같은 매출 성장은 전기차 수요 정체라는 ‘캐즘’ 구간에서 하이브리드 차량과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판매가 견인차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하이브리드 모델이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경쟁사들이 겪는 물량 감소의 공백을 메우는 데 성공했다. 다만, 매출 규모가 커진 만큼 영업이익은 약 2조 7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25%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 비용 반영과 볼륨 성장을 위한 마케팅 비용 확대 등 외부 요인이 수익성을 일시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물량 감소로 고전하는 와중에도 현대차가 외형 성장을 지속했다는 점은 브랜드 경쟁력이 탄탄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실적 발표 이후 경영진이 취한 행보다. 현대차는 전년도 실적에 대한 성과급으로 임원 400여 명에게 현금 대신 자사주를 지급했으며, 이 주식에는 1년간 보호예수 조건이 붙었다. 이는 경영진이 단기적인 이익 둔화 우려를 불식시키고, 1년 뒤 주가가 현재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읽힌다. 대규모 자사주 상여 지급은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전략적 조치다. 경쟁사들이 역성장 우려로 시름하는 가운데 현대차가 매출을 늘리고 경영진이 장기적 가치를 믿는 행보를 보인 것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단순한 판매량 경쟁에서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의 질적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