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오토 차이나는 단순한 신차 발표회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가르는 전쟁터로 변모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 1000 개 이상의 완성차 브랜드가 참여해 총 1451 대의 신차를 선보였으며, 이 중 181 대는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모델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내연기관의 성능과 디자인이 주류였다면,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는 명확하게 전동화와 인공지능의 융합이었습니다. 71 대의 전동화 콘셉트카와 차세대 인공지능 정의 자동차 전략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자동차 산업이 더 이상 기계 공학의 영역을 넘어 첨단 전자제품과 정보기술 플랫폼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중국 현지 기업들의 공격적인 행보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지리홀딩스그룹은 지커와 링크앤코 브랜드를 통해 2030 년까지 글로벌 AI 자동차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으며, BYD 는 저온 성능을 강화한 2 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5 분 만에 10 퍼센트에서 70 퍼센트까지 충전 가능한 플래시 차징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샤오펑과 샤오미 같은 신흥 전기차 메이커들도 글로벌 시장 공략 계획을 발표하며 중국 내수 시장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증명했습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의 지적처럼 자동차와 전자 업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강자들의 대응 역시 전략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폭스바겐은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펙과 공동 개발한 모델을 공개하며 2 주에 한 대꼴로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공세적인 계획을 밝혔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모멘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신형 S 클래스를 선보였습니다. BMW 그룹 역시 7 시리즈 부분 변경과 미니 브랜드 신차를 대거 공개하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시장이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기술 개발과 전략 수립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합니다.
한국车企의 전략은 특히 ‘철저한 현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은 과거의 과신을 버리고 겸손하게 노력해 중국 시장에서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현지 특화 전기차 아이오닉 V 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현대차는 향후 5 년간 20 종의 신차를 투입해 2030 년까지 연간 판매량을 50 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CATL, 모멘타, 바이트댄스 등 중국 선도 기업들과의 전방위적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 음성 인식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등 변동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안전, 품질, 적정한 가격 등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정공법 전략은 한국车企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관문으로 보입니다. 이번 오토 차이나를 통해 확인된 1451 대의 신차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이 겪고 있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의 시작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