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가 마이크로 모빌리티 규제 분야에서 전례 없는 실험을 단행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에 각기 다른 기준과 모호한 정의에 갇혀 있던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 그리고 전동 오토바이를 하나의 통합된 프레임워크 안에서 속도라는 명확한 물리적 지표로 재편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법적 분류를 바꾸는 것을 넘어, 도시 교통 인프라가 어떻게 다양한 이동 수단을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최대 설계 속도를 기준으로 장비를 4 단계로 분류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전기 자전거가 모터사이클처럼 면허와 헬멧을 요구받는 등 불합리한 규제를 받거나, 반대로 너무 느린 킥보드와 빠른 전동 오토바이가 같은 도로를 공유하며 혼란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매사추세츠주 의회가 발의한 S.3077 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도 Tier 0 부터 Tier 1, 그리고 더 높은 속도 구간까지 세분화하여 각 차량이 주행해야 할 공간과 조건을 명확히 했다. 특히 기존에 ‘모터사이클’로 분류되어 면허가 필요했던 Class 3 전기 자전거를 28 마일 시속 이하의 페달 보조 자전거로 재정의하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성숙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전기 자전거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있었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해 20 마일 이하의 저속 차량부터 45 마일 이상의 고속 전동 오토바이까지 스펙트럼이 급격히 넓어졌다. 이에 따라 도로 안전과 효율성을 위해 속도별 차선 할당과 장비 규격을 정교하게 맞춘 새로운 접근법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었다. 매사추세츠주의 시도는 다른 주들이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미국 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의 표준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파급될 규제 표준화 흐름이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 도시들도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의 급증으로 인한 교통 혼란을 겪고 있는데, 속도 기반의 객관적 분류 체계는 향후 국내 교통법 개정이나 인프라 설계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특히 고속 전기 자전거와 저속 전동 보행기의 공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매사추세츠 모델이 어떻게 적용될지, 그리고 이것이 제조사들의 제품 기획 전략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