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동화 상용차 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기아가 전기 목적기반차(PBV)인 PV5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 본격적인 공략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 출시가 단순한 신차 발표를 넘어 뜨거운 관심을 끄는 핵심은 기아가 일본이라는 특수한 시장 환경에 맞춰 차량의 구조와 기술을 완전히 재설계했기 때문이다. 기존 상용차들이 가진 획일화된 디자인과 기능의 한계를 깨고, 현지 고객의 비즈니스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을 정밀하게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돋보이는 시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차량의 물리적 구조와 활용성에 있다. 기아는 PV5에 ‘플렉서블 바디 시스템’이라는 독자 기술을 적용해 차체, 도어, 테일게이트 등 주요 부품을 모듈화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자신의 수요에 따라 모듈을 조합하고 바디 구성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특히 전장 4695mm, 전폭 1895mm의 차체를 기반으로 회전반경 5.5m를 확보한 점은 일본의 좁은 도로와 복잡한 골목길에서도 효율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일본 특유의 도로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은 글로벌 모델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한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에너지 허브로 기능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 특화 사양인 V2L과 V2H를 지원하여 차량을 응급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일본 사회가 직면한 지진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다. 또한 현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CHAdeMO 충전 방식을 기본으로 탑재해 충전 인프라 접근성을 높였다. 물류 증가와 인력난, 지역 교통 공백 등 일본이 안고 있는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PV5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는 배경이다.
이러한 제품 전략은 기아의 일본 시장 공략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향후 모빌리티 산업의 방향성을 시사한다. 기아는 현지 종합상사 소지츠와 협력해 ‘기아 PBV 재팬’을 설립했고, 현재 7 개 딜러샵과 52 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며 연내 네트워크를 대폭 확장할 계획이다. 2028 년까지 PV5 WAV 와 후속 모델 PV7 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라인업을 다변화할 예정인 만큼, 기아가 일본 시장에서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며 전동화 전환을 주도할 파트너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PV5 출시가 단순한 판매 시작이 아닌, 일본 상용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는 새로운 기준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