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산업의 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미국 실리콘밸리 써니베일에서 개최한 제 5 회 모빌리티 데이는 단순한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의 규모를 넘어, 글로벌 모빌리티 생태계가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기점이었다.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400 여 명의 참석자는 현지 스타트업, 완성차 업체, 투자 업계 관계자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자동차 부품사가 더 이상 차체나 내장재에 국한되지 않고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시스템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현대모비스가 기존 차량 부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로보틱스, 피지컬 AI, 차량용 반도체 등 신사업 영역으로 협업 대상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점에 있다. 북미연구소 임직원들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전동화 분야의 성과를 공유한 것은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적 강점을 소프트웨어와 AI 기술로 결합하려는 시도가 이미 구체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의 오픈 이노베이션 확장 계획은 북미와 유럽에 이어 동남아와 인도 등 신흥 시장의 유망 기업을 조기에 발굴하여 로보틱스와 반도체 분야에서 선제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기술 기업 FPT 와 한국 부품사 이모션의 전략적 협력에서도 확인된다. 양사가 임베디드 모빌리티 솔루션 공동 개발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은 AI 와 자동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역량이 하드웨어 전문성과 결합될 때 진정한 기술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산업적 합의를 보여준다. 리서치 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가 예측한 대로 2030 년까지 글로벌 운송 분야 AI 시장이 147 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이 AI 정의형 모빌리티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인항공기부터 물류, 농업,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UAV 프로그램의 활용이 확대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의 실제 상용화 시기와 그 파급력이다.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자율주행 시스템이 어떻게 차량 부품사의 수익 구조를 변화시킬지가 관건이다. 특히 2029 년 기아 미국 공장에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투입된다는 계획과 맞물려, 부품사가 제조 공정의 자동화를 넘어 최종 제품의 지능화까지 주도하는 역할로 진화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모빌리티의 정의가 바뀔 때, 그 중심에 서 있는 기업들의 경쟁력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생태계 구축 능력으로 재평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