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계의 오랜 상징인 수바루가 전동화 전환의 속도를 급격히 늦추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당초 2028 년까지 자체 개발 전기차 4 종을 출시하고 군마현 오이즈미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회사는 이제 구체적인 출시 시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계획을 무기한 보류했다. 이 공장은 당초 2027 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이제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닌, 전동화 투자 자체의 우선순위를 재편하는 전략적 후퇴로 해석된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치명적인 재무적 충격이 자리 잡고 있다. 수바루의 최근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0% 급감하여 4010 억 엔 수준으로 추락했으며, 순손실로 전환되는 등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부담만 약 2290 억 엔에 달하고, 전기차 관련 자산 감액으로 인한 추가 손실이 38500 만 달러에 이르며 경영을 압박했다. 이러한 재정적 압박은 전동화 전용 공장 건설 비용과 개발 예산을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모델 개발로 재배치하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수바루의 이번 전략 변경은 지난 6 개월 사이 두 번째로 전동화 공약을 후퇴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미 지난 11 월에는 150 억 엔 규모의 전기차 투자금을 하이브리드 기술 고도화로 돌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아예 자체 개발 전기차 프로그램을 전면 보류하는 수준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오사키 아쓰시 회장은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며, 새로운 출시 일정을 확정하기 전에 전동화 전략을 전면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현실주의적 접근을 보여준다.
앞으로 수바루의 행보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겪는 고충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구축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면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으로 회귀하는 선택지를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와 업계는 수바루가 언제 다시 전동화 로드맵을 확정할지, 그리고 이번 보류 기간 동안 하이브리드 기술이 얼마나 고도화될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한 기업의 일정이 아니라, 전동화 전환의 속도가 시장 수익성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동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