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소비자의 ‘말과 행동’ 사이에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4~2025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내 프리미엄차를 구매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던 소비자 3명 중 1명은 실제 구매 시 대중차 브랜드로 선회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소비 심리가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희망사항’과 ‘현실적 선택’ 사이의 괴리가 극대화되었음을 시사한다. 반면, 대중차 구매를 계획했던 소비자의 95%는 계획대로 대중차를 선택하며, 국산 대중차 영역은 압도적인 계획 실현율을 기록하며 시장의 안정적 기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하향 선택’ 현상은 브랜드 간 경쟁 구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는 BMW의 계획 실현율이 65%로 가장 높았으나, 벤츠는 52%, 제네시스는 42%에 그쳤다. 특히 벤츠 의향자의 경우 최종 구매 시 현대차그룹 브랜드로 이동한 비율이 17%에 달해, 수입차 양강인 BMW와 벤츠 간의 경쟁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상당한 수혜를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네시스의 경우 실현율은 낮았으나 이탈자의 상당 부분이 현대차그룹 내 브랜드로 흡수되며, 국산 프리미엄과 대중차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흐름을 확인시켰다. 이는 소비자가 브랜드의 명성보다는 실제 차량의 가치와 신뢰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로 해석된다.
차종별 선호도 변화 역시 시장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과거 패밀리카의 대명사였던 중형 세단의 계획 실현율은 55%로 전체 속성 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소비자의 눈높이가 실용성과 공간 효율성을 중시하는 RV로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중형 RV의 실현율은 81%로 가장 높았으며, 대형 RV 역시 60%대를 유지했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한 승차감이나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가족 단위 이동이나 레저 활동에 적합한 실용적 기능을 우선시하며, 대형 차량 선호 현상과 결합되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료 타입별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역설이 발견된다. 가솔린과 순수 전기차는 각각 71%의 높은 계획 실현율을 보인 반면, 하이브리드 의향자의 실현율은 6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과도기적 기술로 인식되거나, 가격 대비 효율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가 실제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향후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구입의향과 실제 행동의 차이’가 더욱 정교하게 분석될 것이며, 브랜드별 전략 수정과 차종 포트폴리오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꿈꾸던 이상형이 아닌, 현실적인 만족도를 제공하는 차량이 결국 시장의 승자가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