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가 프랑스 시장에서 3500만 유로, 한화 약 617억 원 규모의 벌금을 납부하게 됐다. 이번 과징금 부과는 단순한 제품 하자 문제를 넘어, 기업이 소비자에게 기술적 결함을 얼마나 투명하게 알렸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프랑스 경쟁소비부정방지국 DGCCRF 는 닌텐도가 2017 년 출시된 스위치 1 의 조이콘에서 발생하는 쏠림 현상을 인지하면서도 2020 년까지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의 핵심은 기만적 상행위라는 점에 있다. 조사 결과 닌텐도는 캐릭터가 의도치 않게 움직이거나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등 반응성 오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즉각 공개하지 않고 3 년 가까이 지연했다.
소비자들은 이 기간 동안 컨트롤러가 고장 난 줄 알고 새 제품을 구매하거나, 수리 비용 부담 때문에 A/S 를 포기하는 경제적 선택을 강요받았다.
소비자 단체 UFC Que Choisir 의 고발이 계기가 된 이 조사는 2020 년부터 2023 년까지의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당국은 닌텐도의 늦은 공지가 소비자가 수리할지 교체할지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특히 법정 보증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무상 수리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2023 년에야 공식화한 점은, 기업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됐다.
이번 벌금 부과는 유럽 시장의 소비자 보호 기준이 하드웨어 제조사에게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제품이 고장 나면 고치는 것을 넘어, 고장의 원인과 발생 시점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정보 제공의무가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향후 게임기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제조사들이 제품 수명 주기 관리와 A/S 정책 수립 시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을 시사한다.
앞으로 주목할 점은 닌텐도가 프랑스 공식 웹사이트 메인 화면에 성명서를 게재하고, 유럽 전역에서 무상 수리 약속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지다. 이 사건은 하드웨어 기업들이 기술적 결함을 숨기는 전략보다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시장 구조의 변화 속에서 기업의 투명성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