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LED 조명이 물질의 숨겨진 내부를 3차원 지도처럼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은 과학계와 산업계 모두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서울아산병원과 고려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비간섭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 기술은 단순히 빛을 비추는 것을 넘어, 물질이 빛에 반응하는 방향성 있는 전기적 성질을 정밀하게 복원해낸다. 기존에는 정밀한 레이저 간섭계를 동원해야만 가능했던 고난도 측정이 이제는 소형 광학 시스템과 일상적인 광원으로도 구현 가능해진 것이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장비 없이도 물질 내부의 ‘광학 지문’을 선명하게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 기술은 정밀한 레이저 간섭을 이용하다 보니 외부 진동에 매우 민감했고, 영상에 노이즈가 섞여 미세한 구조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생체 조직처럼 크기가 크거나 움직이는 시료를 분석할 때는 기술적 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방식은 LED 광원의 비간섭 특성을 활용해 이러한 노이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연구팀은 빛의 편광과 각도를 정교하게 제어해 총 48 가지 독립 측정을 수행함으로써, 물질이 빛에 반응하는 방식을 모든 방향에 대해 완벽하게 기술하는 유전체 텐서를 3 차원으로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기존 레이저 기반 기술로는 노이즈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던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분자 정렬 구조가 선명하게 복원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기술의 실용성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연구팀은 액정 입자 내부의 분자 배열을 3 차원으로 가시화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방사선 치료 후 대장 조직에 생긴 섬유화 현상을 별도의 염색 없이도 정밀하게 관찰했다. 또한 석영이나 염화칼슘처럼 서로 다른 결정 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에도 화학 분석 없이 빛에 대한 반응 차이만으로 각 물질을 자동으로 구분해냈다. 여러 결정이 모여 있는 물질에서 각 결정의 배열 방향과 서로 맞물리는지 어긋나는지까지 손상 없이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재료과학, 반도체, 제약, 생의학, 디스플레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비파괴 정밀 분석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형 시설이나 파괴적 분석에 의존하던 과거의 방식이 소형 광학 현미경으로 대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박용근 교수는 이번 연구가 LED 기반으로 안정적인 측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비파괴 정밀 분석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이 기술이 어떻게 상용화되어 의료 진단 장비나 반도체 검사 라인에 적용될지, 그리고 일상적인 빛을 이용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물질의 미세한 결함이나 구조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단순한 실험실의 성과를 넘어, 우리 일상의 빛이 물질의 내면을 읽는 열쇠가 되는 순간이 머지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