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체감 냉기가 숫자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 법원 신규 경매 신청 건수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7일 발표된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의 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신규 경매 신청은 총 3만 541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2013년 1분기 3만 939건을 기록한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단순히 한 분기의 숫자만 놓고 보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신규 신청 건수가 유찰로 누적된 전체 진행 건수보다 현재의 실물 경기를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간 흐름으로 살펴보면 2023년 10만 건을 돌파한 뒤 2024년 11만 9312건, 지난해 12만 1261건으로 급증세를 이어왔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12만 4252건을 기록한 이후 16년 만에 최대 규모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침체와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가파른 금리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경매 물건의 증가세는 부동산 전 유형에서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10만 8742건으로, 금리 인상 전인 2021년 4만 8280건 대비 2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주거시설 경매 건수만 해도 4만 2195건으로 전년 동기를 1만 건 이상 웃돌았습니다. 특히 전세사기 문제와 임대사업자 보증 축소 등의 타격을 입은 비아파트 시장의 상황이 심각합니다. 올해 4월 주거시설 경매는 1만 2426건으로 19년 4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 중 빌라 등 비아파트가 8973건으로 전체의 72.2%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아파트는 3453건에 그쳐 극명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상업 및 업무시설 역시 고금리와 온라인 소비 전환에 따른 공실 증가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지난해 7만 92건으로 전년 대비 43% 급증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8252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낙찰률이 10~20%대에 그치면서 유찰로 인한 물건 누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산업 경기 지표 역시 좋지 않은데, 공장 등 공업시설 경매 진행 건수 역시 이달 1222건으로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물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경매 급증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지옥션 이주현 전문위원은 자영업자 폐업에 따른 상권 공실 증가가 상가 경매 급증과 궤를 같이한다며, 최근에는 과거 대형 테마상가 위주에서 강남권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경매가 확대되고 유찰도 잦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법무법인 명도 강은현 경매연구소장은 연초 신건 추이를 볼 때 올해 전체 신건 수가 2009년 금융위기 수준에 달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부동산 침체 속에 일부 인기 아파트에만 수요가 몰리는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