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가사1부는 13일 오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첫 조정기일을 열었다. 이날 약 한 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조정에서 양측은 분할 대상 재산의 범위, 특히 SK 주식의 포함 여부를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분할 재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최 회장 측은 해당 주식이 상속받은 개인 재산인 특유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조정은 결렬됐으나, 재판부는 최 회장이 직접 출석할 수 있는 날로 기일을 한 차례 더 잡기로 했다.
이번 조정에서 최 회장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노 관장은 법정에서 직접 변론에 참여했다. 양측 대리인은 조정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며, 최 회장의 일정 조율을 통해 추가 조정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다음 기일 날짜를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확정할 예정이며, 상반기 내에는 소송의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월 첫 변론기일 이후 4개월 만의 재개된 절차로, 재판부가 양측의 입장을 직접 듣고 조정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 소송의 배경에는 2017년 시작된 재산분할 다툼의 복잡한 역사가 있다. 1심에서는 재산분할 665억 원과 위자료 1억 원이 인정되었으나, 2심에서는 노 관장의 SK 주식 가치 상승 기여도를 인정해 재산분할액을 1조 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 측에 유입된 사안에서 이를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뇌물로 보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노 관장의 실질적 기여도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조정 기일 소집은 단순한 절차적 이동을 넘어, 향후 소송의 방향성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최 회장의 직접 출석 여부와 양측이 제시할 추가 증거에 따라 재산분할 범위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특히 대법원의 파기 사유인 ‘실질적 기여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향후 재산분할액 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상반기 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추가 조정에서 양측의 입장이 얼마나 수렴될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