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흐르면서 기업들은 사건 발생 시 공식적인 조사와 징계를 거치는 대응 체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구축해 왔다.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분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통해 법적 리스크를 관리해 온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최근 법무법인 바른의 조은주 변호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기존의 대응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적인 지시나 비공식적인 업무 지시에서 발생한 갈등까지도 사용자책임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해석이 대두되면서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기준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기존의 기업 컴플라이언스 관행은 주로 공식적인 업무 시간과 장소, 그리고 명확한 상하 관계에서 발생한 괴롭힘을 중심으로 조사와 제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회의실 밖에서의 사적인 통화나 메신저를 통한 지시, 혹은 공식적인 업무 지시라기보다 개인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압박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사적 지시가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법원은 이를 더 이상 단순한 개인 간의 다툼으로만 보지 않고 기업의 관리 책임이 미친 영역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변화는 기업이 단순히 공식적인 괴롭힘 사건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조직 문화 전반에 스며든 미세한 갈등 구조까지 관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상사가 공식적인 회의가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내린 지시가 부하 직원의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거나 심리적 압박을 준다면, 이는 더 이상 개인의 감성적 문제라기보다 기업이 책임져야 할 업무 환경의 일부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사내 규정이나 매뉴얼을 개정할 때, 공식적인 업무 지시뿐만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는 지시와 갈등까지 포괄할 수 있는 유연한 조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의 기준이 넓어짐에 따라 기업은 향후 더 정교한 모니터링 시스템과 예방적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사건이 터진 후 대응하는 사후 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사적인 지시나 비공식적 소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괴롭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해소하는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 건강한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고 구성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적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기업은 변화하는 법적 해석에 발맞춰 리스크 관리의 범위를 재정의하고, 사적 지시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완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