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가 직면한 가장 큰 변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넷리스트와의 특허 분쟁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특허심판원과 연방항소법원이 넷리스트의 특허 2건에 대해 삼성전자의 무효화 청구를 잇따라 기각하면서, 이 사건은 단순한 소송 전개를 넘어 실제 수출 물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단계로 진입했다. 특히 이 두 특허는 넷리스트가 ITC에 제기한 침해조사에서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항목들이라, 향후 판례가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내 유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달 하순 미국 특허심판원은 온모듈 전력관리 기능을 갖춘 메모리 관련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 개시 청구를 기각했다. 이 결정은 불복할 수 없는 효력을 가지며, 해당 특허의 유효성이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또한 연방항소법원 역시 분산 데이터 버퍼의 타이밍 제어 데이터 통로를 갖는 메모리 모듈 특허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특허심판원이 2024 년 12 월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를 삼성전자가 불복했으나, 최종적으로 법원이 이를 뒤집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넷리스트가 ITC 조사에 사용한 6 건의 쟁점 특허 중 4 건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받게 되면서, 삼성전자의 방어선이 좁아지게 됐다.
이러한 법적 흐름은 삼성전자에게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ITC 는 특허침해로 판단할 경우 수입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결정은 연방법원 소송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오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즉각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넷리스트는 이미 지난해 9 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ITC 조사를 신청했고, 1 차 결론 발표 예정일은 2027 년 5 월로 잡혀 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텍사스동부연방법원에서 이미 2 차례에 걸쳐 넷리스트의 특허 침해로 인한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어, 무효화 전략이 실패하면서 배상금과 수입금지라는 이중고를 겪을 위험이 커졌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남은 2 건의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 진행 상황과 비침해확인소송의 향방이다. 현재 ITC 쟁점 특허 6 건 중 2 건은 무효심판이 개시된 상태라 삼성전자가 무효화를 기대할 여지는 남아 있으나, 유효가 확정된 4 건에 대해서는 또 다른 무효 항변이나 비침해 주장을 펼쳐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특히 ITC 의 판단이 실제 수출 물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삼성전자가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특허 분쟁을 넘어, 반도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법적 판정을 통해 어떻게 시장 지배력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