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소재 분야에서 오랫동안 불변의 진리로 여겨졌던 ‘단순할수록 안정적이다’라는 통념이 최근 과학적 발견에 의해 뒤집히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희태 석좌교수 연구팀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마테오 카르넬로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는 여러 금속 원소를 섞을수록 오히려 나노입자의 구조가 더 균일해지는 역설적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구성 원소가 늘어날수록 각 원소의 반응 속도 차이로 인해 입자 크기와 모양이 들쭉날쭉해져 정밀 제어가 어렵다는 기존 난제를 해결할 새로운 열쇠로 평가받으며, 차세대 에너지 및 촉매 기술의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구의 핵심은 ‘성분 집중’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에 있다. 그동안 복잡한 화학 반응 환경은 원자들이 무작위로 섞여 불안정한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으나, 실제 실험에서는 서로 다른 금속 원자들이 경쟁적으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먼저 자리 잡은 원자가 이후 들어오는 원자가 더 쉽게 붙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원소 종류가 증가할수록 오히려 입자의 성분이 한 방향으로 모이며 층층이 질서 있게 쌓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나노입자가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 만 분의 1 수준으로 미세해짐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조성을 가질수록 오히려 더 정돈된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나노소재 합성 공정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발견이다.
이 이론이 단순히 실험실 수준의 현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적용 가능성을 입증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활용해 5 가지 금속이 포함된 다성분 나노입자 촉매를 제작했고, 암모니아를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에서 기존 산업 표준인 루테늄 촉매보다 약 4 배 높은 효율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 특히 암모니아 분해 반응은 높은 온도와 빠른 반응 속도를 유도하기 위해 고성능 촉매가 필수적인데, 이번 연구 결과로 얻어진 소재는 고온 안정성까지 함께 확보하여 수소 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수소 생산 비용 절감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역설적 원리가 다양한 금속 조합에 어떻게 확장 적용될 수 있는지이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사이언스지에 게재하며, 이 원리를 활용하면 원하는 성능에 맞춰 금속 조성을 설계할 수 있어 수소 생산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전환 등 다양한 에너지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고성능 촉매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이 기술이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어떤 금속 조합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지, 그리고 대량 생산 공정에서 이 균일성 유지가 어떻게 구현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나노 입자 합성에서 ‘복잡함’이 ‘정교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에너지 소재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설계 자유도를 부여하며, 기술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구체적인 성능 향상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