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2026 년 5 월 2 차 사후조정에서 결렬되며 총파업 일정을 예고하자, 노동계와 재계 사이에서 ‘긴급조정권’이라는 낯선 용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69 년 이후 56 년 동안 단 4 번밖에 사용되지 않았던 이 제도가 이번엔 왜 주목받게 된 것일까. 핵심은 파업으로 예상되는 피해 규모가 40 조 원에서 45 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 때문이다. 반도체와 생활가전 전 사업장이 동시에 멈추는 상황은 단순한 기업 차원의 갈등을 넘어 국가 수출 경쟁력과 국민 경제 전체의 흐름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한다.
법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사태는 흥미로운 모순을 안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76 조에 따르면 긴급조정권은 공익사업에 해당하거나, 규모와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에 현저한 위해가 예상될 때 발동 가능하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속한 전기전자 제조업이 법이 명시한 공익사업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아시아나항공이나 대한항공 파업 때처럼 공익사업 목록에 명시되어 있어 자동적으로 적용된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규모와 성질’이라는 포괄적 조항을 통해야 한다. 즉, 정부가 파업을 강제로 멈추려면 ‘위험이 현존한다’는 엄격한 판단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법적 난제 속에서도 재계는 즉각적인 긴급조정권 발동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며 극약 처방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며 밤새 협상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3 년 현대자동차 파업 당시 30 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 선례가 있지만, 당시와 달리 헌법적 논란과 30 일이라는 시간적 한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이 카드를 꺼내든다면 노조는 즉시 파업을 중단해야 하며, 30 일간 새로운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어 형사 처벌이나 민사 손해배상 청구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이번 사태는 파업을 하든 하지 않든, 혹은 긴급조정권을 쓰든 안 쓰든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한계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56 년 만에 다시 논의되는 이 제도의 발동 여부는 단순한 노사 갈등의 해결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과 유사한 위상을 가진 비공익사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 권한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향후 30 일간의 쟁의행위 금지 기간이 어떻게 운영될지, 그리고 정부가 ‘위험 현존’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향후 산업계의 노사 관계와 시장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