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이오밍주에서 건설이 승인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소형모듈원자로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선 전략적 가치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가 한국의 소듐냉각고속로 안전 시험 시설 기술을 약 70억 원에 구매하기로 한 사실은, 전 세계가 차세대 원자로 개발 경쟁에 돌입한 시점에서 한국의 축적된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 보여줍니다. 특히 액체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이 방식은 높은 열효율과 안전성을 갖췄지만, 폭발성이 강한 소듐을 다루는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검증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테라파워가 한국 원자력연구원의 스텔라 시설 설계 및 제작 노하우를 도입한 배경에는 실질적인 시간과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깔려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2020 년에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을 완료하고, 사고 상황을 모의하는 종합평가시설인 스텔라를 통해 상세한 열유동 데이터를 확보해 왔습니다. 테라파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인허가를 받기 위해 소듐 냉각장치 설계와 실험 결과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절실했으며, 이를 위해 한국 측에 직원 10 여 명을 파견해 소듐 처리 실무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장비를 사는 것을 넘어, 폭발성 물질인 소듐을 안전하게 다루는 노하우와 운영 경험을 직접 전수받는 과정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술 거래가 한국 원전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2025 년부터 2028 년까지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을 위한 민관합작 예산을 편성하려 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이 90% 이상 삭감되며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290 억 원이었던 예산이 7 억 원까지 줄었다가 다시 70 억 원으로 복구되는 과정에서 개발 기간도 2029 년까지 늦춰졌습니다. 하지만 테라파워의 기술 도입은 국내 기술이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았음을 증명하며, 민관합작 방식으로 다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한국 원전 기업들의 수주 전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건설 승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간 주도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SK 한수원, HD 현대,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기술 협력 및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가진 소듐 시스템 설계와 운영 경험은 이제 단순한 국내 연구 성과를 넘어, 글로벌 차세대 원전 시장의 표준을 만드는 데 기여할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앞으로 한국이 이 기술을 바탕으로 어떻게 민관합작 모델을 고도화하고, 실제 수출 기반을 다져나갈지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