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엔진의 마력과 토크 같은 외형적 성능에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르노코리아가 최근 공개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은 이러한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한 하드웨어의 집합체가 아닌,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으로 자동차를 재정의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2027 년 출시 예정인 첫 번째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이 자리 잡고 있다. 르노는 이 시점을 기점으로 레벨 2++ 수준의 E2E 방식 파일럿 주행 기술을 도입해 도심과 고속도로를 아우르는 고도화된 자율주행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AI 오픈R 파노라마 시스템을 결합해 운전자에게 맞춤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주행 환경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이미 현재 판매 중인 모델에서도 이러한 비전의 실험이 진행 중이다. 그랑 콜레오스에 적용된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는 차량 구매 후에도 최신 기능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가할 수 있게 해, 시간이 흐를수록 차량의 가치가 상승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플래그십 크로스오버인 필랑트는 르노가 지향하는 AI 정의 차량의 청사진을 가장 앞서 현실화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필랑트에 탑재된 AI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는 주행 중 대화로 공조와 멀티미디어를 제어할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습관을 학습해 능동적으로 경로와 목적지를 추천한다.
생성형 AI 기술의 접목도 주목할 만하다. 챗GPT 기반의 차량 안내 앱은 번거로운 매뉴얼 검색을 대화형으로 전환했으며, 내차 도우미 기능을 통해 운전자는 대화만으로 차량의 주요 정보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에서 시작된 AI 모빌리티 경험을 향후 전동화 라인업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미래차 시장의 기술적 표준을 제시하는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에서 지능형 파트너로 변모하는 이 여정에서 필랑트가 제시한 방향성은 향후 산업 전반의 흐름을 읽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