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전략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집중했던 협력 방식이 이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차량용 OS까지 확장되며 전방위적인 현지화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중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수단이 아니라, 현지 기술력을 흡수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현대자동차, 토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빅3가 중국 현지 기술 기업인 모멘타와 화웨이와 손을 잡은 배경에는 치열한 시장 점유율 싸움이 있습니다. 최근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 중 중국 현지 브랜드의 점유율이 69.5%에 달할 정도로 지배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독자적인 기술로 승부하기보다 현지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빠르게 차용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현대차는 중국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V를 통해 모멘타의 레벨2+ 자율주행 시스템과 CATL의 배터를 결합했고, 토요타는 기존 협력사였던 BYD 대신 화웨이와 모멘타를 선택하며 중국 전용 세단 bZ7을 선보였습니다. 폭스바겐 역시 중국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확장하며 2029년까지 30개 이상의 신에너지차를 출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중국 내수 시장의 격변을 반영합니다. 중국 도로 위 차량 10 대 중 7 대가 현지 브랜드일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공고해진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라는 슬로건 아래 현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기술을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앞서나가는 기술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가 두드러집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역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가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지커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와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7X 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며, 현지 딜러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판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지커의 CEO는 2030 년까지 글로벌 판매량 650 만 대를 달성해 톱 5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하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신에너지차 비중을 7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제 중국 시장은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현지 기술을 흡수해 반격을 시도하는 한편, 중국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간 중국 시장에서 펼쳐질 기술 협력과 시장 점유율 쟁탈전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