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창립 60주년을 코앞에 둔 롯데그룹이 경영 전략의 큰 방향을 틀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상반기 열린 VCM(가치창출회의)에서 과거의 외형 중심 성장 전략을 과감히 내려놓고, 수익성과 기업가치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실제 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는데, 지난 9년간 유지해 온 사업총괄(HQ) 체제를 폐지하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구조적 변화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경영 전환의 효과는 이미 일부 사업부에서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5년 만에 복귀한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6% 증가한 5470억원을 기록하며 내실 경영의 성과를 입증했다. 식품 계열사 역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롯데웰푸드는 인도를 새로운 해외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고, 롯데칠성음료는 핵심 브랜드를 앞세워 북미와 동남아 시장으로 판로를 확장하고 있다.
단기적인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혔고, 독자적인 항체-약물 접합체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십을 확대 중이다. 화학 계열사들은 배터리 소재와 수소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며 2차전지 밸류체인 강화와 청정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도 가시화되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를 중심으로 AI와 로봇 기술을 결합한 피지컬 AI 사업을 주도하며, 유통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 서비스와 고도화된 AI 플랫폼을 도입했다. 60주년을 앞둔 롯데가 과거의 성장 패턴을 탈피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그룹 전체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적 재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