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조업의 설계와 생산은 ‘설계-제작-테스트’라는 무거운 고리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실제 물건을 만들어 현장에서 테스트해봐야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간의 전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과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고충실도 시뮬레이션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 공간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실제 생산 라인에 투입될 AI 모델만큼이나 정확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오픈 USD가 있습니다. 이 표준은 서로 다른 3D 도구 간에 자산이 이동할 때 물리 속성이나 기하학적 정보가 손실되지 않도록 연결해 줍니다. 예전에는 설계 툴에서 시뮬레이션 플랫폼으로 넘어갈 때마다 데이터를 다시 만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SimReady 표준을 통해 렌더링, 시뮬레이션, AI 학습 파이프라인을 오가는 자산이 물리적으로 정확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가상 환경에서 AI 모델을 검증하고 로봇을 훈련시킨 뒤 실제 공장에 투입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ABB 로보틱스가 이 흐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6 만여 명의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플랫폼인 RobotStudio HyperReality에 NVIDIA 오미버스 라이브러리를 직접 통합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실제 로봇과 동일한 펌웨어를 가상 공간에서 실행하며, 생산 라인이 세워지기 전에 로봇의 작동 범위를 테스트하고 부품 허용 오차를 검증할 수 있게 합니다. 더 나아가 물리적 AI 가 산업 운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가상 공간에서의 검증 없이는 실제 운영을 시작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습니다.
이제 제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빠르게 가상 공간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불필요한 시제품 제작과 반복적인 현장 테스트로 낭비되던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곧 더 빠른 제품 출시와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집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 시점에서, 시뮬레이션 기반의 설계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 기업은 곧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