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 명이 강경대 주미대사에게 보낸 서한이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서한은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차별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며 즉각적인 규제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이었으나, 정작 그 논리 자체가 법치주의와 주권 평등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받으며 주목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 서한에 대해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미국 의원들은 애플, 쿠팡, 구글, 메타를 한국에서 부당한 차별을 당한 피해 기업으로 나열했지만, 이들 기업이 한국에서 받은 제재는 특정 기업을 겨냥한 차별이 아니라 법 위반에 대한 동등한 적용이었다는 것이 핵심 반박이다. 예를 들어 구글과 메타는 2022 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이에 대한 행정소송 결과 서울행정법원이 2025 년 1 월 처분의 적법성을 확정했다. 이는 법원이 독립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특정 국가의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편파적 조치가 아님을 보여준다.
애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앱스토어 인앱결제 강제 시정 조치는 한국 공정거래법에 따른 조치이며, 동일한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반독점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미국 의원들의 주장은 결국 미국 기업이 외국에서도 자국법보다 느슨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되는데, 이는 법치주의와 주권 평등, 그리고 자유무역협정 정신 모두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의 제재 수준은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규정이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제재보다 오히려 낮으며, 동일한 법이 국내외 기업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법적, 제도적으로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쿠팡 측이 최근 우리 정부에 미국 백악관 보고를 준비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알려지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범여권 의원 90 여 명이 대한민국 사법주권을 존중하라는 항의서한을 주한미국 대사관에 전달하기로 한 반면, 다른 쪽에서는 백악관 보고를 앞둔 기업과 이를 지지하는 미국 의회 세력이 맞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규제 문제를 넘어, 주권 국가가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법을 위반한 기업을 조사하는 정당한 권리를 어떻게 인정받을지에 대한 국제적 기준의 충돌로 해석된다.
앞으로 주목할 점은 한국 법원의 독립적 판단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무게를 갖게 될지, 그리고 미국 의회가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법치주의 원칙을 얼마나 유연하게 해석할지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기업들이 각국 법체계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주권 국가의 규제 권한이 어디까지 인정받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묻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