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9·25차 통합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과정이 단순한 금리 경쟁을 넘어 금융 설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기로 진입했다. 포스코이앤씨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CD 금리보다 1% 포인트 낮은 마이너스 금리를 제안한 것을 필두로, 삼성물산 역시 CD 금리와 동등한 조건에 이주비 지원 등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얹으며 경쟁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정비사업에서 금리 경쟁이 얼마나 과열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건설사들이 조합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공격적인 금융 상품을 들고 나왔는지를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행정당국의 태도 변화다. 서초구는 4월 29일 입찰 제안서 비교표를 승인하면서,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 조건이 재산상 이익 제공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제하거나 수정하라는 강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관계 법령상 정비사업에서 시공사가 무상으로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최저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여하는 행위가 제한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명확한 처벌 조항이 부재한 상황에서 서초구는 “위법 소지가 있더라도 최종 판단은 조합의 몫”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는 조합이 사업비 조달 조건을 신중히 검토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안내와 함께, 행정적 제재보다는 조합의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서초구의 결정은 강남권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도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압구정 5구역에서는 DL이앤씨가 COFIX 기준 0%를 제시하며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수준인 CD-0.38% 조건을 내세웠고, 조합은 별다른 이의 없이 이를 수용했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에서도 대우건설이 CD-0.5% 조건을 제안하며 유사한 양상이 이어졌는데, 일부 조합원은 “조합원에게 유리한 조건을 왜 막느냐”며 기존 금지 조항에 반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서초구의 이번 결정이 향후 정비사업 금융 조건의 새로운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비록 마이너스 금리 제안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완전히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건설사들이 조합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상 금융 제공에 가까운 구조를 내놓는 추세는 뚜렷해졌다. 기준선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러한 금융 조건 경쟁이 확산될 경우, 향후 강남권 주요 사업장의 입찰 전략은 금리뿐만 아니라 이주비, 분담금 구조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금융 설계 능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신반포 사례가 단순한 한 건의 입찰을 넘어, 한국 부동산 재건축 시장의 금융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