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년, 닛산은 미국 미시시피 주 캔톤 공장에 5 억 달러를 투자하여 두 가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임을 밝히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 전환이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여겨졌고, 닛산의 이 발표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불과 3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닛산은 최근 공급업체들에게 캔톤 공장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내연기관 기반의 트럭과 SUV 를 생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시장의 냉정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닛산은 공장의 생산 능력을 연간 40 만 대 이상으로 확보해 두었지만, 현재 해당 공장에서 조립 중인 프런티어와 알티마의 2025 년 판매량은 15 만 8 천 5 백 대에 그쳤다. 공장이 유휴 상태로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닛산은 생산 라인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델로 방향을 틀었다. 구체적으로 2028 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엑서라와 개량된 프런티어, 그리고 3 열 시트 SUV 가 이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이들 차량은 모두 바디 온 프레임 구조를 공유하며, B 필러 앞쪽의 주요 부품까지 대부분 호환되도록 설계될 전망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이 변화는 전기차에 대한 기대와 내연기관 트럭에 대한 수요 사이의 괴리를 잘 보여준다. 전기차 인프라와 구매 비용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닛산은 시장이 여전히 견고한 내연기관 트럭을 원한다는 신호를 명확히 읽었다. 특히 엑서라와 같은 오프로드 성향의 SUV 가 4 만 달러 미만의 가격대로 출시될 예정이라는 점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실용형 차량에 대한 시장의 니즈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닛산 한 기업의 전략 수정을 넘어, 전기차 전환 속도가 초기 예상보다 완만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산업적 지표가 된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닛산이 이 공장에서 생산할 트럭 라인업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느냐다. 만약 내연기관 트럭 생산 전환이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거나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을 높이는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전기차 무조건’이라는 단선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시장 조건과 고객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 체계를 재편하는 실용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