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 생일을 넘긴 아들이 심한 기침과 호흡 곤란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토로한다. 영유아에게 폐렴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일명 RSV 는 생후 2 년 이내의 아이들에게는 거의 필수적으로 겪게 되는 감염병이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항체 주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부모들에게 이 주사는 선택이 아닌 고민이 되는 이유에는 명확한 경제적 장벽이 존재한다.
현재 국내에서 도입된 RSV 예방 항체 주사는 전액 부모의 부담으로 이루어진다. 고가의 비용은 가계 지출을 크게 늘리는 요소가 되며, 이는 결국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의 예방 접종 여부가 결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낳고 있다.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일조차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의료비 부담이 큰 저소득층이나 중산층 가정에서는 주사 비용 때문에 접종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사각지대는 해외의 흐름과 비교했을 때 더욱 선명해진다. 미국과 호주 같은 국가들은 이미 RSV 예방 항체 주사에 대한 공공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영유아의 폐렴 발생률을 낮추고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비용을 지원하거나 보험 적용을 넓히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선진국들이 보편적 건강권을 위해 예방 접종을 공공재로 인식하며 접근하는 반면, 한국은 아직 시장 원리에 맡겨진 상태라 불평등이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
RSV 는 단순한 감기처럼 보일 수 있으나, 영유아에게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남길 수 있는 무서운 바이러스다. 예방 주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로 접종이 지연되거나 누락된다면, 아이들은 불필요하게 입원 치료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부모들의 한숨 섞인 탄식 뒤에는 단순히 주사 비용 문제를 넘어, 아이의 건강을 평등하게 지키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가 숨어 있다. 이제 한국도 선진국처럼 예방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