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룹은 기아의 첫 전동화 목적기반차인 PV5를 활용한 로보택시 개발에 돌입했다. 이는 기존에 아이오닉 5를 통해 검증된 자율주행 기술을 기아의 전용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적 도약이다. 특히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 본부가 PV5 전용 개발키트를 먼저 출시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키트는 다양한 통신 방식과 호환 가능한 컨트롤러를 탑재해 있어, 외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쉽게 탑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여 고객사가 각자의 필요에 맞춰 로보택시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모빌리티 수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아마존이나 월마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공간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PBV를 도입하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단순한 차량 제조사를 넘어, 고객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최적화된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운드리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 본부장이 취임 직후 AV 파운드리사업추진실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을 뒷받침한다. 이 조직은 고객 요구에 맞춰 로보택시를 제작하고 공급하는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기존의 공급 방식과 차별화된 점은 라인업의 다양화와 기술 내재화다. 현대차는 이미 구글 자회사 웨이모에 아이오닉 5 기반의 로보택시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제는 기아 PV5를 시작으로 2027 년 출시 예정인 대형 모델 PV7 까지 포함해 대중교통과 물류 배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그룹 산하 모셔널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무인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차량에 내재화하는 속도도 높이고 있다. 이는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차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개발키트가 실제 상용화되는 시기와 파트너십의 확장 여부다. PV5 개발키트를 통해 어떤 글로벌 기업들이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지, 그리고 기아 PBV 라인업이 물류와 대중교통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현대차그룹이 단순한 자동차 제조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은, 향후 자율주행 시장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바꿀지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