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업무 공간에 새로운 동료가 등장한 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이름은 ‘보키’로,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직원들이 보고서 작성에 막히면 가장 먼저 찾는 생성형 인공지능입니다. 예전에는 한미 금리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통계 시스템과 과거 보고서들을 일일이 뒤지며 반나절 이상을 보냈다면, 이제는 보키가 한국과 미국의 국고채 금리 데이터와 관련 시계열 자료를 단숨에 추천해 줍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속도 향상을 넘어, 업무의 시작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대한 사고방식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보키의 핵심 강점은 내부 데이터 플랫폼인 ‘바이더스’와 완벽하게 연동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약 1,900만 개의 데이터 세트 속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은 과거 망 분리 환경에서 내부와 외부 데이터를 따로따로 찾던 불편함을 해소했습니다. 데이터 검색과 분석뿐만 아니라 내부 규정 검색, 자료 번역, 조사 연구 자료 정리까지 수행하며 직원들은 급한 지시를 받았을 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했던 과거와 달리, 먼저 보키와 상의하며 업무를 함께 고민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효율성 개선은 국내를 넘어 해외 중앙은행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보키는 민간 AI 서비스와 달리 중앙은행이 자체 데이터와 폐쇄망을 기반으로 구축한 ‘세계 최초 중앙은행 소버린 AI’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외부 데이터의 유동성이나 보안 문제 없이 자체 데이터만으로 정교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주목하는 핵심 이유입니다. 특히 데이터의 주권과 보안이 중요한 금융 기관들에게는 민간 서비스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제 보키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 도입 사례를 넘어 금융 행정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보키가 추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의 완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결정의 속도와 정확도가 어떻게 변화할지가 주목할 만한 지점입니다. 한국은행의 이 시도가 전 세계 중앙은행의 AI 도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금융 데이터 분석의 미래가 어떻게 재편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