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가 공개한 첫 순수 전기차 루체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35 가지에 달하는 차체 컬러 옵션이다. 모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공식 커스터마이징 페이지가 가동되면서, 소비자들은 이례적으로 방대한 색상 팔레트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선택지의 폭을 넘어, 마넬로가 전기차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입힐지 보여주는 전략적 시그널로 해석된다. 특히 기존 내연기차 모델들과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 언어를 가진 루체에게 컬러는 차량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전통적인 페라리의 상징인 로쏘 코르사나 로쏘 스쿠데리아 같은 레드 계열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이번 라인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고전적인 범주를 벗어난 특색 있는 색상들이다. 그릴로 아브라나 베르데 뉘르부르크링 같은 색상은 루체의 비정통적인 디자인을 더욱 부각시키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색상 선택은 과거의 레거시를 단순히 계승하는 것을 넘어, 전기차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감성을 포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특히 베르데 뉘르부르크링은 레이서들의 성지로 불리는 서킷의 이름을 딴 것으로, 성능과 디자인의 결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35 가지 컬러는 표준, 역사적, 클래식, 스페셜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로 세분화되어 제공된다. 이 중 역사적 컬러에는 블루 스코치아나 로쏘 디노 같은 과거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들이 포함되었고, 스페셜 컬러에는 아즈우로 라 플라타나 갈로 루체처럼 루체 전용으로 개발된 독창적인 톤이 존재한다. 또한 탄소 파이버 액센트나 프론트 펜더의 실드, 도어에 추가 가능한 프랜싱 호스 배지 등 디테일한 옵션들도 함께 제공된다. 두 가지 종류의 다이아몬드 컷 휠 디자인 역시 차량의 전체적인 비율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컬러 라인업의 공개는 페라리가 전기차 시장 진입에 있어 단순한 기술 전환이 아닌, 브랜드의 미학적 확장까지 동시에 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루체가 V12 엔진을 탑재한 푸로상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디자인을 가진 만큼, 소비자들은 이 차량을 통해 페라리의 새로운 얼굴을 정의하게 될 것이다. 향후 이 다양한 색상 옵션이 실제 생산 모델에서 어떻게 수용될지, 그리고 전기차 특유의 디자인 제약 속에서 페라리가 어떻게 독창성을 유지해 나갈지가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