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자동차가 사라지면서 운전자가 잃는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엔진의 울림이다. 과거에는 배기음이 차의 성격과 브랜드 정체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였지만, 전기차 시대에 들어 이 소리는 대부분 사라졌다.
대신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저주파 소음이 차량 외부로 방출되고 있다. 문제는 이 인위적인 소리가 대부분 단조롭고 기계적이라는 점이다.
많은 운전자가 이 소음을 ‘짜증나는 전자음’으로 인식하며, 브랜드마다 차별화된 사운드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소음을 줄이는 것을 넘어, 소리를 하나의 예술적 요소로 승화시키려는 시도다.
BMW가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와 손잡고 전기차 전용 사운드를 개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협업은 자동차 소리가 단순한 기능적 장치를 넘어 감성적 경험을 제공하는 도구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벤틀리 또한 오케스트라 편곡을 통해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구현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 음악적 감성이 주행 경험을 바꾼다
최근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음악가가 내 차의 소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히 차의 성능이나 디자인을 넘어, 소리를 통해 차의 개성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욕구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헤비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선호하는 이들은 HEALTH 같은 밴드를 꼽으며, 차가 거대한 기계임을 강조하는 소리를 원한다. 반면,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사운드를 원하는 이들은 매기 로저스나 미츠키 같은 아티스트를 언급하며 차가 주는 분위기를 음악처럼 느끼고 싶어 한다.
이러한 논의는 자동차 브랜드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과거에는 엔진 배기음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의도적으로 설계된 사운드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에 맞는 음악가를 영입해 고유한 사운드를 개발하면, 소비자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브랜드의 철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소음 차원을 넘어, 차량이 주는 전체적인 주행 경험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된다.
## 앞으로 주목해야 할 사운드 디자인의 방향성
앞으로 전기차 사운드 디자인은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전망이다. 단순히 보행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소음을 넘어, 운전자의 기분에 따라 소리를 조절하거나 특정 음악 장르와 결합하는 기능도 등장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한 전기차 모델들은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의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생활 공간이자 문화적 표현의 매개체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음악가가 자동차 사운드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차의 무게감, 가속 특성, 주행 환경 등을 고려해 소리를 설계해야 하며, 지나치게 복잡한 사운드는 오히려 운전자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는 아티스트의 스타일과 차량의 특성을 정확히 매칭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소리가 너무 독특하면 오히려 이질감을 줄 수 있으므로, 보행자에게는 안전을, 운전자에게는 즐거움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차 시대의 소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었다. 어떤 음악가가 차의 소리를 만들지, 그리고 그 소리가 어떻게 운전자의 감성에 영향을 줄지는 앞으로의 자동차 시장 흐름을 읽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질수록, 자동차 브랜드의 사운드 디자인 전략도 더욱 창의적이고 세련된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