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가 노동 시장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10년 후 연간 25만 6천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수치가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문가나 사무직 등 중·고숙련 직종이 주요 타겟으로 지목되면서 직장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을 넘어 실제 고용 구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제시된 셈입니다.
## 일자리 감소와 생산성 향상의 공존 가능성
보고서의 핵심은 일자리 감소와 생산성 향상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 도입으로 인해 반복적이거나 규칙적인 업무 과업이 자동화되면서 인력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남은 인력의 업무 효율은 크게 높아져 기업 1인당 매출액이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는 기술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경제 전체의 총요소생산성도 3.5% 수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어 거시경제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모든 기업에 골고루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AI 도입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AI 활용 기업은 정보통신이나 금융, 교육 서비스 등 특정 산업과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데이터 인프라나 컴퓨팅 비용 부담으로 인해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동화 유인이 낮거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과업이 많다는 점도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매출 증대를 경험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이중 구조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점진적 변화와 직무 전환의 필요성
AI에 의한 고용 충격이 한순간에 모든 직종을 휩쓸고 지나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자동화 가능성은 높더라도 실제 경제성이 확보된 과업은 전체 임금의 일부에 그칩니다.
특히 오프라인 업무나 높은 맥락 의존성을 가진 직무는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고용 감소는 산업과 직종별로 점진적이고 이질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에는 번역이나 검색 등 제한된 영역에서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다가, 점차 코드 작성이나 이미지 생성 등 복잡한 영역으로 확대되는 J-커브 형태의 전환 경로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직무 전환과 재교육입니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과업과 인간이 여전히 필요로 하는 과업을 구분하여 인력을 재배치해야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AI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직무 전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 환경에 맞춰 업무 프로세스를 개편하고, 근로자가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 보니 과도한 기대나 성능 편차, 규제 문제 등으로 인해 실제 생산성 효과는 다소 지연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노동 시장은 AI 기술의 진화와 함께 끊임없이 재편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두려움만 갖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생산성 향상이라는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AI 도입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인력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며, 정부는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근로자의 직무 전환을 돕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2026년 현재 우리가 마주한 이 시기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