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10 년 만에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동안 신에너지 산업을 키우기 위해 광범위하게 제공되던 세금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산업 전체가 새로운 경쟁 구도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배터리 소비세 조정안은 단순한 세율 변경을 넘어 산업 성장 단계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평가받는다. 성숙한 기술에는 보편적인 혜택을 종료하고, 차세대 기술에만 선택적으로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명확한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 성숙한 기술과 차세대 기술의 갈림길
이번 정책 변화의 핵심은 기술의 성숙도에 따라 과세 여부를 달리하는 데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나 태양광 배터리처럼 이미 상용화가 완료되고 시장 지배력을 갖춘 제품들은 2026 년 9 월부터 2% 의 소비세를 부과받게 된다.
이 세율은 1 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7 년 9 월에는 4% 로 인상된다. 반면 나트륨이온 배터리나 고체배터리, 연료전지 같은 차세대 기술은 2028 년 말까지 소비세 면제 혜택을 유지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나 탠덤 전지 등 혁신적인 신기술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세제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기존 기술은 시장 경쟁에 맡기고,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신기술에는 정책적 집중 투자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2015 년부터 이어져 온 배터리 소비세 면제 제도를 사실상 종료하는 조치로, 중국 신에너지 산업이 초기 육성 단계에서 성숙기 진입 단계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보편적인 세제 혜택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기술 혁신을 유도하여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하는 데 중점을 둔다.
## 비용 증가와 산업 구조 재편의 파장
새로운 세제 개편은 배터리 원가 상승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공장 출고가가 와트시당 0.35~0.40 위안 수준인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기준으로 계산할 때, 60kWh 배터리를 탑재한 승용차의 경우 2% 세율 적용 시 약 400~700 위안의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세율이 4% 로 인상되면 이 비용은 800~1200 위안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물론 이 비용이 모두 최종 차량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지는 기업의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체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춘 대형 완성차 업체들은 내부 공급망을 통해 비용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배터리를 조달하는 중소형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나 가격 인상 압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 세법은 납세자가 직접 생산한 배터리에만 면제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아, 외부 조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는 산업 내 약자 정리와 대형 기업 중심의 재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 NEV 구매세 감면 축소와 정책 흐름의 일치
배터리 소비세 부활은 신에너지차 구매세 감면 축소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올해부터 신에너지차 구매세는 전면 면제에서 절반 감면으로 변경되었으며, 최대 감면 한도도 축소되었다.
이어 2027 년부터는 에너지 절약 차량에 대한 차량 및 선박세 감면과 순수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면제 정책도 종료될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2012 년부터 2015 년 사이에 도입되어 산업 초기 성장을 뒷받침했던 정책들이 이제 막을 내리는 과정이다.
중국 신에너지 승용차 보급률이 60% 를 넘어서는 등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보편적 지원보다는 시장 경쟁과 기술 혁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는 산업 생태계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방증하는 지표다.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보조금으로 시장을 키우는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고, 이제는 기술력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 향후 산업 전망과 주목할 점
이번 세제 개편은 중국 내 배터리 및 전기차 산업의 질적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기술의 가격 경쟁력은 다소 약화되겠지만,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고체배터리나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 미래 기술을 앞세워 세제 혜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기술 혁신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산 배터리 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이 주목된다. 중국이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국인 만큼, 소비세 부과로 인한 원가 상승은 글로벌 공급망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주요 배터리 생산국들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정책 변화에 따른 산업 재편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어떤 기업이 새로운 판도에서 주도권을 잡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