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이례적인 풍경이 포착되었습니다. 함교 당직사관이 항로 변경 명령을 내리자, 조타석에 앉아 있던 인물이 기계음으로 명령을 복명복창하며 타기를 조작했습니다.
그 인물은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이었습니다. 해군이 한국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은 단순히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함정 운항 환경에서 로봇이 얼마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첫 시도였습니다.
## 시뮬레이터 속 6m 파도, 로봇의 반응은 어땠나
이번 실험은 실제 함정 운항을 모사한 시뮬레이터 내부에서 안전을 고려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악천후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6m 높이의 파도가 치는 환경을 설정했습니다.
함정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로봇은 당직사관의 명령을 받아 타기를 조작하며 함정이 일정한 항로를 유지하도록 도왔습니다. 이는 기존에 인간 승조원이 수행해 온 조타 업무가 로봇으로도 대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로봇의 이름은 파이봇으로, KAIST 심현철 교수팀이 개발한 휴머노이드입니다. 원래는 항공기 조종용 파일럿 로봇으로 개발되었으나, 이번 실험에서는 함정 조타수 역할을 맡았습니다.
키 165cm에 몸무게 65kg인 이 로봇은 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해 함정 조함 용어와 절차를 학습했습니다. 덕분에 함장이나 당직사관의 명령을 이해하고 적절한 응답을 생성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시끄러운 함정 환경이나 사투리 억양이 섞인 지시에도 음성인식에 문제가 없도록 설계된 점이 주목받았습니다.
## 초기 모델의 한계와 향후 과제
하지만 초기 전투실험 모델인 만큼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직사관의 명령이 떨어지고 로봇이 이를 이해해 복명복창을 하고 타기를 조작하기까지 약 5~10초의 지체가 발생했습니다.
정보 처리 능력의 부족으로 인한 현상으로 보이며, 실제 전투 상황에서는 이 지연 시간이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급격한 항로 변경이 필요한 순간이나 적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수초의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실험에는 실제 서애류성룡함에서 근무 중인 승조원들이 로봇과 호흡을 맞추며 참여했습니다. 인간 승조원들이 로봇의 동작을 지켜보며 실제 작전 수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점검했습니다.
로봇이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인간 승조원들과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초 데이터가 쌓인 셈입니다. 해군은 이번 실험을 통해 로봇이 함정 내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지를 파악했습니다.
로봇 조타수의 등장은 해군 전력 운영 방식에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장시간의 항해나 위험한 해상 환경에서 인간 승조원의 피로도를 줄이고, 24시간 안정적인 운항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는 시뮬레이터 환경에서의 실험에 그쳤으므로, 실제 바다 위에서 다양한 기상 조건을 견딜 수 있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특히 6m 파도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면, 향후 실제 함정에 탑재될 때의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로봇의 반응 속도와 처리 능력을 어떻게 단축할 것인가입니다. 5~10초의 지연 시간을 실제 전투에 적합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알고리즘 고도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인간 승조원과의 협업 프로세스를 어떻게 최적화할지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해군이 로봇을 승조원으로 정식 채용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실험은 그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큽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머지않아 실제 함정에서 로봇이 조타수를 맡는 모습을 볼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