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정부의 AI 투자 문턱을 낮춰달라고 공식 건의한 사실이 최근 큰 화제가 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대표들이 배경훈 과기정통부 부총리를 만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인허가 절차 개선을 요청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 통신 산업이 AI 시대에 맞춰 어떻게 체질을 개선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담긴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건의는 2026 년 7 월 23 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구체화되었는데, 통신사들이 직접 나서서 정책적 지원을 호소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적지 않다.
##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
통신사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부분은 AIDC 구축을 위한 세제 지원과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였다. SK텔레콤은 6G 와 AI-RAN, 지능형 기지국 등 네트워크 진화 방향을 제시하며 AI 기반 자율운영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KT 는 해저케이블 용량 확대와 육양국 다변화, 저궤도 위성망 경쟁력 확보 방안을 내세웠다. LG유플러스 역시 신기술 분야의 공공 수요 창출과 해저케이블 투자 지원을 건의했다.
이 모든 요청의 핵심은 AI 시대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고, 신속하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있다. 배경훈 부총리는 AIDC 구축과 관련해 인허가 창구 일원화와 규제 특례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답하며,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투자세액공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AI 인프라를 적기에 구축하고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공제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관계부처 협의와 연말 세법 개정 일정 등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지원 범위와 수준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는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과 AI 정책 담당 부서, 그리고 통신 3 사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8 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민간 전문가도 참여시켜 AI-RAN 과 AIDC,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 통신 규제 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실장은 민관협의체에서 투자 범위와 방향을 논의하면 연말쯤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3G 종료 로드맵과 이용자 보호의 균형
이번 간담회에서 또 다른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3G 등 구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종료를 위한 정책 방향이었다. 통신 3 사는 차세대 네트워크 전환에 맞춰 3G 종료 로드맵을 마련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서비스 종료를 당장 추진하기보다는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연속성을 전제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엘리베이터 등에서 여전히 3G 가 사용되는 부분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당장 종료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최 실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사업자의 애로사항보다 이용자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3G 종료를 바로 추진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이용자가 예측할 수 있는 일정과 절차를 함께 논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통신 3 사는 보편적 역무에 따른 요금감면 제도 개선도 함께 건의했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통신 기본권 보장은 사회적 안전망 차원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통신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해 업계와 제도 전반의 개선 방향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통신비 부담 완화 혜택이 이달에 발표되고 8 월부터 9 월에 집중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신사들은 AI 투자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구세대 네트워크 종료로 인한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 전략은 통신 산업이 기술적 진화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주목해야 할 점은 8 월부터 가동될 민관협의체에서 구체화될 투자 규모와 규제 완화의 범위다. 배경훈 부총리는 투자 규모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떤 규모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관협의체를 통해 투자 속도를 높이기 위한 규제 개선과 필요한 지원 방안을 계속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명확하다. 통신사들이 제시한 해저케이블 투자나 AI-RAN 구축 계획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될지는 이 협의체의 성과에 달려 있다.
또한 3G 종료 일정이 어떻게 설정될지도 향후 통신 요금과 네트워크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통신 3 사의 건의는 단순한 정책 요청을 넘어 통신 산업의 미래 지형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와 구세대 네트워크의 효율적 퇴출은 서로 맞물려 있는 중요한 변수들이다.
사용자는 더 빠른 AI 기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신비 변동이나 네트워크 전환기에 따른 불편함도 고려해야 한다. 연말까지 구체화될 세법 개정안과 민관협의체의 논의 결과가 통신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의 논의가 어떻게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한국 통신 산업의 AI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