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들이 최근 서울 마포구 지하에 위치한 발전소를 찾아 시설을 꼼꼼히 둘러봤습니다. 단순한 견학 차원을 넘어 도심과 산업단지 지하에 소형모듈원전을 짓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
2019 년 준공된 서울복합화력발전소는 국내 유일하게 발전설비를 도시 지하에 배치한 사례입니다. 지상은 공원과 체육시설로 조성되어 주민들의 일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공간 활용 방식이 차세대 소형원전 도입의 중요한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도심 속 에너지 인프라의 새로운 패러다임
소형모듈원전은 대형 원전 대비 규모를 1/10 에서 1/100 까지 축소한 개념입니다. 전력 소비지 인근에 구축해 송전망 건설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분산전원 모델입니다.
특히 열생산 기능을 갖춘 소형원전을 설치하면 친환경 열에너지 공급도 동시에 가능합니다. 기존 대형 원전은 규모가 1000 메가와트 이상인 반면 소형모듈원전은 훨씬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습니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전기만 공급하는 경우 300 메가와트 이하, 열을 함께 공급하면 500 메가와트 이하 설비도 분산에너지로 인정받습니다. 이는 도심이나 산업단지 내부에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한국수력원자와 한국전력기술 임직원들이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방문한 배경에는 이러한 기술적·법적 변화가 깔려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찰을 소형원전의 도심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첫걸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하화하면 부지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후화된 LNG 열병합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소형원전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기존 송전망과 열배관 등 기반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신규 부지를 확보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 AI 시대를 위한 무탄소 전력의 미래
정부가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무탄소 전원으로 소형원전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 등 3 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으로 향후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12 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대형 원전 및 소형원전을 반영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차세대 소형원전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하며 2030 년대 세계 시장 선점을 목표로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 설립과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소형원전의 실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핀란드 난방용 소형원전 개발 기업인 스테디에너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핀란드 측은 헬싱키 도심의 폐쇄 석탄발전소 부지에 소형원전 실증 설비를 건설 중이며 첫 상업용 설비는 2029 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 발전소를 철거한 뒤 동일 부지 지하에 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이 공급망과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국내에서도 수도권 곳곳에 위치한 노후 LNG 열병합발전소를 이 같은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합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 구성과 9 월 시행 예정인 소형원전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그 발판을 마련합니다.
개발 촉진위원회 구성과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구체적인 로드맵이 그려질 것입니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행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도심 지하에 자리 잡을 소형원전이 실제 가동되면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환경 부담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전력 집약적 산업이 밀집한 지역에서의 적용 사례가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