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계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대인의 근육량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등 국제 연구팀은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이 같은 내용을 실었습니다.
4만 7천 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이종 교배를 통해 유입된 성장호르몬 수용체 유전 변이가 현대인의 근육과 제지방량, 턱과 치아 형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과거의 유전자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넘어, 그것이 실제 신체 기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구체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 네안데르탈인형 수용체의 강력한 신호 전달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성장호르몬 수용체에 현생인류와 다른 아미노산 변화 두 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어 근육과 뼈의 성장을 조절하는 신호 역할을 합니다.
이때 성장호르몬 수용체는 세포 표면에서 이 신호를 받아 내부로 전달하는 안테나와 같은 기능을 수행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수용체는 현생인류형보다 신호를 더 강하게 전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성장호르몬 수용체가 없는 생쥐 세포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한쪽에는 현생인류형 수용체를, 다른 쪽에는 네안데르탈인형 수용체를 넣은 뒤 같은 양의 성장호르몬을 처리했습니다.
그 결과 5일 뒤 네안데르탈인형 수용체를 넣은 세포가 현생인류형보다 약 39% 더 많이 증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형 수용체가 성장호르몬 신호를 세포에 더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 대규모 자료 분석에서도 이 유전 변이를 지닌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인기 근육량이 평균 약 271g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공동 교신저자인 휴고 제베리 교수는 이 연구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변화 하나가 오늘날에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일반적으로 체격이 더 탄탄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점과도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 성장 시기와 체형에 미치는 영향의 한계
하지만 이 유전적 영향이 태아기나 어린 시절부터 두드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임신 중 태반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으로 생쥐 세포를 자극했을 때는 두 수용체 사이에 증식 차이가 없었습니다.
또한 6천 602명의 어린이를 출생부터 11세까지 분석한 결과, 이 유전 변이와 키나 체중 등과의 뚜렷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 변이의 영향이 태아기나 어린 시절보다는 사춘기 또는 그 이후에 더 두드러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성장호르몬 수용체의 차이가 성인기의 근육량 증가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사춘기 이후에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다만 이 유전 변이가 개인의 전체 외모나 체격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닙니다. 연구팀은 성장과 체형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유전적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체형을 설명할 수 있고 개인의 전체 외모를 결정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영국과 핀란드, 일본, 한국, 대만 바이오뱅크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 변이의 영향은 제한적인 범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대인의 근육량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발견은 진화 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를 이해하는 새로운 창을 열어줍니다. 네안데르탈인이 가진 탄탄한 체격과 큰 근육이 어떤 유전적 변화와 관련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한 현대인이 가진 유전적 다양성이 과거의 교배 사건에서 비롯된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앞으로는 이 유전 변이가 운동 능력이나 대사 질환 등 다른 신체 기능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변이가 현대인의 건강 상태나 질병 위험도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더 깊이 있게 파헤칠 계획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대인의 몸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