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점 입구에 ‘홈플 is BACK’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22일 만에 다시 문을 연 홈플러스 매장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듯했다.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과 복숭아가 매대에 진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겨운 단골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사이, 곳곳의 빈 자리와 낯선 풍경은 이번 재개장이 단순한 영업 복구가 아님을 시사했다.
고객들은 카트를 끌며 매장을 둘러보았지만, 예전처럼 꽉 찬 진열대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 낯선 매대와 새로운 유통 모델의 실험
매장을 둘러본 고객들은 ‘친구를 잃은 느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10 년 가까이 다녔던 단골들은 문이 닫혔을 때의 허전함을 토로하며 다시 열린 문을 반겼지만, 동시에 휑한 매대에서 불안감을 느꼈다.
상품 입고율이 30% 수준에 그친 탓에 빈 매대에는 ‘상품 입고 준비 중’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축산이나 수산 코너는 1 단으로만 진열되었고, 치즈 매대에는 떡볶이 양념이 놓이는 등 정리가 덜 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이는 홈플러스가 기존 복층 매장을 단층으로 전환하고 상품 수를 대폭 줄여 운영비를 절감하겠다는 전략의 결과물이다.
미국 유통업체 트레이더조 모델을 참고한 이번 시도는 상품 수를 줄여 이커머스 대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되었다. 식품과 자체 브랜드, 생필품 중심으로 구색을 재편하면서 비축 물량 위주로 진열하는 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계산대 4 곳 중 1 곳에만 직원이 배치되는 등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모습도 효율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고객들은 이러한 변화를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우려 사이에서 복잡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소비자의 반응과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에서는 ‘홈플러스 다녀옴’이라는 제목의 게시글들이 잇따라 올라오며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이 많은 게시글들이 주를 이루며, 실제 방문자들이 느낀 매장의 분위기와 상품 구색에 대한 솔직한 후기가 오가고 있다.
일부 고객은 여전히 대형마트 자체를 잘 이용하지 않는 추세라 회생 기간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홈플러스 앱 방문자가 개장 일정 발표 후 하루 10 만 명 수준까지 회복한 점은 고객들의 관심도가 여전히 높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모델이 성공하려면 기존 고객 유입이 깨진 상황에서도 바잉파워를 확보해 상품 소진력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한다. 2000 억 원 규모의 운전자금이 투입된 만큼 초기 반응이 중요하지만, 빈 매대를 채우는 속도나 상품 구성의 완성도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다.
특히 13 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가오픈 기간 동안 고객들의 피드백이 어떻게 반영될지가 주목된다.
이번 홈플러스의 변화는 단순한 한 기업의 부활기를 넘어 한국 유통업계가 겪고 있는 구조적 전환의 단면을 보여준다. 대형마트의 쇠퇴와 이커머스의 성장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그리고 소비자가 그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지가 향후 유통 시장의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다음 주 정식 개장을 앞두고 매대가 어떻게 채워질지, 그리고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다시 매장으로 향할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