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인 250만평 규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독자적인 캠퍼스 형태의 생산 기지를 짓기로 했다는 소식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장 증설을 넘어 반도체 생산 방식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개별 공장을 짓고 별도의 유틸리티 시설을 연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광주 프로젝트에서는 평택캠퍼스처럼 팹과 유틸리티 시설을 교차 배치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 평택 모델의 호남 확장, 왜 지금인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얻은 경험치가 이번 광주 프로젝트에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평택에서는 여러 생산 라인 사이에 공통 유틸리티 시설을 두고 전력, 용수, 가스, 냉각 설비를 공급받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건설 기간 단축이다. 팹 한 세트를 짓는 데 보통 2 년에서 3 년이 소요되지만, 유틸리티를 중앙에 두고 양쪽에 팹을 배치하면 자재 이동과 설비 연결이 훨씬 수월해진다.
결과적으로 전체 공정의 가동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광주 부지 계획은 185 만평의 공항 부지와 24 만평의 탄약고 이전 부지, 39 만평의 안전구역 등 세 구역을 분리해서 개발하지 않고 250 만평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설계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는 부지 조건에 맞춰 순차적으로 공장을 짓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처음부터 전체를 하나의 캠퍼스로 묶어 설계한 뒤 착공 순서만 조정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대규모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향후 확장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나온 결정으로 보인다.
## 각자도생의 유틸리티, 유연한 확장 전략
흥미로운 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같은 캠퍼스 안에 들어서더라도 유틸리티 시설은 각자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두 회사가 하나의 유틸리티를 공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삼성은 삼성의 유틸리티를, SK 는 SK 의 유틸리티를 각각 구축해 양쪽 팹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이는 각 기업의 공정 특성에 맞는 설비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D램과 V낸드, 파운드리 공정에 필요한 냉수나 스팀의 요구 조건이 미세하게 다를 수 있어 혼용보다는 독자적인 관리가 효율적이다.
이러한 구조는 향후 반도체 수요가 폭증할 경우를 대비한 유연한 확장 전략이기도 하다. 현재는 각사별로 캠퍼스 한 세트씩을 먼저 짓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삼성과 SK 가 각각 두 세트씩을 동시에 착공해 최대 4 개의 세트를 가동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다.
한 세트를 짓는 도중에 다른 세트를 추가 착공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수요 변동에 따라 생산 능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오는 10 일 열리는 2 차 민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군공항 이전 문제를 우선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의 구체적인 착공 시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호남권 반도체 산업이 단순한 입지 확보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 속도와 안정성이 관건이다. 이번 광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지역 균형 발전과 공급망 다변화에 큰 모범 사례가 될 전망이다.
향후 두 기업의 구체적인 투자 일정과 설비 구성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