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이 AI 학습을 위해 한국에서 매입한 한국어 책의 총량이 165.69톤으로 최종 확인됐다. 중앙일보는 18일 수출입 데이터 분석 도구 임포트키를 통해 추가 선적 기록을 파악해 이 같은 수치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약 80톤이 매입된 것으로 보도됐으나, 이후 조사에서 지난해 3월과 8월에 각각 20.55톤과 61.05톤의 화물이 더 배송된 사실이 드러났다.

총 165.69톤은 평균 무게 400g인 책 한 권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1만 4000권에 해당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납본 기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국내에서 발행된 신간은 총 38만 3792종이다. AI 기업이 중복 학습을 피하기 위해 1종당 1권씩만 구매하는 관행을 고려할 때, 이번 매입량은 한국에서 최근 6~7년간 출간된 신간 대부분을 아우르는 규모로 해석된다.

배송 과정에서는 국내 최대 도서 도매 유통사 웅진북센이 발송처로 지목됐다. 구매 업체는 앤트로픽과 계약된 미국의 베터 월드 북스였다. 이 회사로 전달된 책들은 스캔 전문 업체 데이터메이션으로 보내져 제본을 해체하고 디지털 파일화 과정을 거친다.

원본 책은 폐기되는 방식이다. 웅진북센은 앤트로픽과의 공급 계약을 인정했으나, 비밀 유지 조항을 이유로 구체적인 도서 목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사례는 일본과 대만의 상황과도 연결된다. 임포트키 분석 결과 닛판IPS 등 일본 유통사를 통해 최소 122톤 이상의 책이 미국으로 수출된 기록도 확인됐다. 앤트로픽 내부 회의 자료에는 동아시아 주요 출판 유통사와의 계약 논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 작가들의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디지털 해적판뿐 아니라 대규모 물리적 책 매입을 통한 학습 데이터 확보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현재까지 정확한 매입 대상 도서 목록은 비공개 상태다. 다만 문학 및 비문학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상당수의 한국 작품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관련 소송 절차나 추가적인 수출입 데이터 공개 여부에 따라 구체적인 피해 범위와 법적 쟁점이 명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