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뉴욕증시는 미국과 이란 간의 추가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전날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장 초반 일시적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협상 불발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36% 내린 4만 9310.32에 마감했고, S&P 500 지수는 0.41% 하락한 7108.40, 나스닥 종합지수는 0.89% 내린 2만 4438.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의 변동성을 주도한 핵심 요인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재고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는 선박을 즉각 격침하라고 지시하면서 미군의 해상 봉쇄 조치가 강화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인도양에서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추가로 나포되었고,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조지 H.W. 부시’호가 중동 인근 해역에 투입되면서 중동 전쟁을 지원하는 미 항모는 3척으로 늘어났다. 이에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되는 한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추가 군사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휴전 이후 이란 테헤란의 방공망이 가동되었다는 소식은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불안감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브렌트유 선물은 3.1% 오른 배럴당 105.07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11% 상승한 95.85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4거래일간 상승률은 각각 16.25%, 14.31%에 달할 정도로 유가 상승폭이 컸다. 주식 시장 내에서도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중심으로 약세가 두드러졌다. IBM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연간 전망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8.25% 급락했고, 서비스나우는 구독 매출 성장 둔화 영향으로 17.75%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팔란티어 등 주요 기술주 역시 동반 약세를 보이며 시장 전체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다만 기업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이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 500 기업 중 약 80% 가량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 마감 후에는 인텔이 낙관적인 실적 전망을 제시하며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등 반도체 및 기술주 투심이 일부 회복되는 모습도 보였다. 스콧 래드너 호라이즌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시장이 특정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 영향은 오래가지 않으며 결국 방향성은 펀더멘털로 수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긴장이라는 외부 변수가 단기적인 시장 흐름을 흔들었지만, 기업 실적이라는 내부 요인이 장기적인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