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권력 구조에 이례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9일 현지 시간으로 자신의 의장 임기가 종료된 후에도 이사로 남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90여 년 만에 전임과 현직 의장이 동시에 연준을 지휘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파월은 2028년 1월까지 이어지는 이사 임기를 활용해 향후 친트럼프 성향의 새로운 의장 등장을 저지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같은 결정은 연준 내부의 권력 균형에 상당한 변수를 던지고 있다. 보통 의장직에서 물러나면 이사회 의석도 비우는 것이 관례였으나, 파월은 의장직을 넘겨받은 뒤에도 이사회에 남아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강하게 반영하려는 차기 의장 후보가 등장할 경우, 파월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전현직 의장의 동거 상황이 연준의 정책 기조를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90여 년 만에 처음 맞는 이 같은 이례적인 공존은 연준의 독립성과 일관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향후 금리 결정과 통화 정책의 방향성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의 이번 선택이 단순한 직무 유지를 넘어 연준의 미래 지도부 구성에 대한 전략적 저지선으로 해석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