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7900선을 돌파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업종의 주도 하에 증시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종을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은 투자자들은 지수 상승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으며,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고점론이 조금씩 제기되는 분위기다. 특히 월가에서는 빅테크의 설비투자 증가세 둔화를 근거로 피크아웃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고,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담긴 보고서가 발간되는 등 추가 매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대안으로 AI 인프라 확장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 섹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AI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송배전망,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으로 동반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4년 대비 2030년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전력망의 70% 이상이 설치 후 30 년을 넘긴 노후 시설이며, 유럽은 에너지 전환에 맞춰 송배전 체계를 재편 중이고 중동 등 신흥국 역시 대규모 전력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고 있어 글로벌 전력기기 수요가 폭발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증권가는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을 핵심 수혜주로 꼽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LS일렉트릭의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가 지난해 약 1 조원에서 올해 1 조 5000 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배전반을 통해 확보된 고객이 변압기 및 전력기기로 확장되는 시너지 효과를 분석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따른 수주 증가와 단납기 중심 매출 전환 구조를 고려할 때 실적 가시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효성중공업 역시 미국 초고압 송전망 구축 프로젝트 수주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 분기에 약 9200 억원 규모의 미국 765㎸ 변압기 공급계약을 수주하며 미국 내 해당 시장 점유율 1 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매출 비중 증가에 따른 이익률 개선을 통해 2025 년부터 2028 년까지 주당순이익 연평균 성장률이 44% 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반도체 업종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증시가 반도체 중심의 비이성적 과열 상태에 진입해 닷컴버블 당시와 유사한 국면이라고 진단하며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지만,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 마지막까지 견조할 종목은 반도체 대형주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서버로 향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과거 PC 나 모바일 사이클과 구조적으로 다르며, 하반기 높은 실적 전망치가 실현되면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반도체의 일시적 조정 국면에서 전력 인프라 섹터의 성장성은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며, AI 확산에 따른 물리적 인프라 투자가 향후 시장 흐름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