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 월 국내 금융시장의 외화 유동성 흐름에서 이례적인 변화가 포착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1537 억 달러 감소하며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특히 이 중 달러화 예금은 1036 억 달러 줄어 전체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급격한 감소는 단순히 투자 심리의 위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기업과 개인이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전환하는 환전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환율이 높게 형성될 때 기업들은 수출 대금이나 외화 자산을 원화로 바꿔 국내 자금 사정을 보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기업들의 원화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예탁금 형태로 유지되던 외화 자금이 실제 운영 자금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감소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달 사이 150 억 달러가 넘는 외화 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은 금융 시스템의 자금 흐름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화예금 감소는 국내 원화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외화 자산의 축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기업들이 원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외화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조치는 고환율 환경이 기업 자금 운영 전략과 외화 예금 잔고에 어떻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