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삼성전자의 D램 생산 공정 변화입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일본 아데카로부터 하프늄 프리커서라는 핵심 재료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아 왔는데, 최근 이 공급망에 SK트리켐이 합류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한 식당만 드시던 분이 새로운 맛집을 발견한 것과 비슷하지만, 그 배경에는 단순한 취향 변화 이상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이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공급망의 다변화’와 ‘특허 리스크 해소’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SK트리켐으로부터 전체 하프늄 프리커서 물량의 약 20%를 조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머지 80%는 여전히 아데카가 공급하지만, 이제 한 손에 쥐고 있던 재료를 두 손으로 나누어 쥔 셈이 된 것입니다. 특히 SK트리켐은 SK와 일본 트리케미칼이 합작한 회사로, 하프늄 프리커서의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아데카는 별도의 실시권 없이 삼성전자에게 재료를 공급해 왔는데, 최근 한국 법원이 일본 트리케미칼의 특허 유효성을 재차 확인하면서 삼성전자는 특허 분쟁의 소지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공식적인 실시권자인 SK트리켐과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이 거래가 더욱 이례적인 점은 경쟁 관계에 있는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그룹 계열사가 삼성전자의 핵심 재료를 공급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기업들은 보안상 경쟁사와 같은 소재 업체를 함께 쓰기 꺼려하는데, 삼성전자는 협력사인 레이크머티리얼즈를 거치는 간접 공급 방식을 통해 이 관례를 깨뜨렸습니다. 이는 기술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공급 비중의 변화입니다. 업계에서는 일본 트리케미칼의 특허가 올해 하반기에 만료될 예정이지만, 한 번 들어간 재료를 쉽게 빼기 어렵다는 특성상 SK트리켐의 공급 비중은 당분간 유지되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SK트리켐에게도 SK하이닉스 외의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하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반도체 소재 시장의 지형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지금,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이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