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조계와 IT 업계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 있습니다. 데이터복구업체 대표가 랜섬웨어 해커와 손잡고 피해자들을 상대로 영업한 끝에 실형을 선고받은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1 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업체 운영자 A 씨와 광고실장 B 씨에게 각각 징역 3 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한 데이터 복구 사업을 넘어 해커와 피해자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며 막대한 이익을 남긴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법적 심판을 받았는지를 보여줍니다.
## 해커와 공모한 독특한 영업 방식의 실체
이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피해자가 가장 절박한 순간에 찾아온 업체가 사실은 해커와 미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A 씨와 B 씨는 랜섬웨어 해커에게서 감염된 파일의 확장자 정보를 미리 받아 포털 검색광고에 등록했습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 파일을 암호화해 열지 못하게 한 뒤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입니다. 보통 피해자는 파일이 잠겼을 때 검색창에 파일 확장자를 입력해 복구 방법을 찾습니다.
이때 A 씨 등은 피해자가 검색하면 자신들의 업체가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도록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피해자와 파일 복구 계약을 맺고 돈을 받은 뒤 A 씨 등은 받은 금액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해커에게 전달했습니다. 이후 해커에게 받은 복호화키로 파일을 복구해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2018 년 10 월부터 2022 년 7 월까지 약 4 년 동안 이 방식은 730 차례에 걸쳐 반복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피해자들에게서 총 26 억 원 상당의 복구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부터 복구비용을 갈취하려는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하에 공갈범행에 본질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법원이 본 죄질과 향후 시사점
재판부는 범행 방법과 기간, 횟수 및 피해금액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양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B 씨가 A 씨에게 보낸 메시지인 됐어!!! 확장자 리스트!!
오늘 키워드 싹 다 미리 등록 알려주고 월요일날 콜 터지게라는 대목도 재판부의 판단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 메시지는 해커로부터 정보를 미리 받아 영업에 활용한 구체적인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다만 피해자들에게서 받은 금액 대부분을 해커가 가져가 피고인들이 실제 취득한 이익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습니다. A 씨 등은 복구계약을 체결해 수수료 상당의 이익을 취득할 수 있었고 해커는 피고인들의 협력으로 더 용이하게 피해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양측이 서로 도움을 주며 피해자를 상대로 이득을 본 구조를 명확히 지적했습니다.
이 사건은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 복구 업체가 단순히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해커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확인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앞으로는 랜섬웨어 감염 시 복구 업체를 선택할 때 해당 업체가 해커와 어떤 계약을 맺고 있는지, 그리고 복구 비용의 상당 부분이 해커에게로 흘러가는 구조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검색 광고 상위 노출이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복구 서비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디지털 보안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중개자의 역할과 그 이면의 거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