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DOE)가 지난주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3단계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단순한 조립 공장을 넘어 원자재 채굴과 정제, 그리고 양극재와 음극재 같은 핵심 하위 부품의 생산까지 모두 미국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30년까지 이러한 국내 가치 사슬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배터리 프로젝트들이 대규모로 취소되는 역풍 속에서 나왔다. 업계에서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계획이 백지화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국내 생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의 배터리 셀과 팩 제조 능력은 과거보다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상류 공정은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리튬이나 코발트 같은 원자재의 채굴과 정제 과정, 그리고 전지의 성능을 좌우하는 전해질 및 분리막 같은 세부 부품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에너지부는 이 단절된 공급망을 하나의 연속적인 국내 체계로 바꾸는 ‘광산에서 시장까지’ 전략을 첫 번째 단계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완전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수요 전망 역시 이번 계획의 배경에는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79기가와트시(GWh)였던 배터리 수요는 2035년에 707GWh로 네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증가분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전력 그리드,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소비자 가전,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두 번째 단계인 ‘발견에서 배치까지’는 2035년까지 기술과 제조 분야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미국 국민에게 저렴하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에너지부는 이 과정을 통해 불연속적이고 수입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를 통합된 국내 공급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획의 성공 여부는 실제 실행력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취소된 프로젝트들의 사례처럼, 막대한 자본 투입과 규제 완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목표 시점까지 인프라를 완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이 성사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전기차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