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전기 이륜차 시장의 주인공은 혁신적인 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들이나 기존 자동차 업체의 파생 브랜드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용하지만 확고한 움직임이 일본 이륜차 업계에서 감지되고 있다. 호nda, 야마하, 가와사키, 스즈키로 대표되는 일본 4대 이륜차 제조사들이 단순한 실험을 넘어 체계적인 포트폴리오와 생산 기지, 장기 전략을 통해 전기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이 당장 고성능 전기 슈퍼바이크를 대량으로 출시하기보다는, 인프라와 생산 체계를 먼저 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마하 모터의 시타라 모토후미 회장은 최근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기화가 업계의 최종 목표인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mainstream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야마하는 이미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여러 전기 스쿠터 모델을 출시했으며, 전기 오프로드 및 더트바이크 개념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주력 생산 모델은 소형 배기량에 해당하지만, 향후 수년 내에 신차 라인업의 약 30% 를 전기 이륜차로 구성하겠다는 공표된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이륜차 제조사인 호nda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공격적인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호nda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배터리 교체형 스쿠터를 포함한 여러 전기 모델을 선보였으며, 인도에 전용 전기 이륜차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생산 역량을 대폭 확장할 뜻을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제품 하나를 추가하는 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전기 이륜차의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전략적 배치로 해석된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면, 일본 이륜차 거인들은 스타트업들이 선점한 틈새시장을 빠르게 공략하면서도, 자신들이 가진 막대한 제조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전기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몇 년 내에 이들이 공개할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들과 함께 완성된 생산 라인업이 시장에 등장한다면, 전기 이륜차 시장의 주도권은 다시 한번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누가 먼저 대중적인 전기 이륜차 시장을 개척하느냐에서, 누가 가장 효율적이고 확장 가능한 전기 이륜차 생태계를 구축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